베이징, 타이베이...시간은 누구의 편에 있는가?
베이징, 타이베이...시간은 누구의 편에 있는가?
  • 강병환 논설위원
  • 승인 2020.01.3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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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Central Epidemic Command Center 기자 회견 모습 (사진=중평사 제공)
대만 Central Epidemic Command Center 기자 회견 모습 (사진=중평사 제공)

(논평=YBS뉴스통신) 강병환 논설위원 = ‘우한(武漢) 폐렴’은 대만에도 영향을 미쳤다.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의 대응 방식은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첫 조치는 설날 전에 나왔다.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은 대만의 마스크 수출을 1개월 동안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곧이어 개인이 출국할 때, 휴대할 수 있는 마스크 개수를 제한한다는 조치가 또 나왔다. 수출 금지 대상국을 중국이라고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국내에 이론이 일어나자, 마스크는 전략물자며, 중국은 대만이 세계보건기구(WHO)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이는 최근 연임에 성공한 차이잉원 정부의 중국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차이잉원 정부는 민진당의 이상을 실현하려고 한다. 중국을 탈피하여 진정한 자주독립의 국가를 세우고자 한다. 베이징도 언제까지 대만을 방관할 수만은 없다. 중국은 이미 2017년 10월, 중공 19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의 목소리를 통해 대만에 대한 ‘6개의 어떠한(任何)’을 발표했다.

즉 어떠한 사람, 어떠한 조직, 어떠한 정당이, 어떠한 시간에, 어떠한 형식으로, 어떠한 중국 영토의 분열을 초래하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했다(我們絕不允許任何人, 任何組織, 任何政黨. 在任何時候, 以任何形式, 把任何一塊中國領土從中國分裂出去). 나아가 2019년 1월 시진핑은 ‘고대만동포서(告臺灣同胞書)’ 40주년 기념 담화에서 아예 ‘일국양제 대만 방안’ 탐색을 노골적으로 촉구했다.

이는 과거와는 질적인 차이를 보인다.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대(對)대만 정책이 방독(防獨, 대만독립 반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시진핑은 촉통(促統, 통일촉구)에 강조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대만 정책이 “제발 이혼(대만독립)만은 안된다”는 것이었다면 시진핑은 “나와 결혼(통일)하지 않을 바에는 차라리 널 죽여 버리겠다”는 식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시진핑은 대만 문제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연결하고 있다. 대만 문제의 해결 없이는 중국의 부흥도 없다는 것이다.

2020년은 시진핑이 설정한 ‘두 개의 백 년’과 맞물려 있다. 공산당 창당 백 주년인 2020년까지 전면적인 소강(小康) 사회 건설 완료를, 건국 백 주년인 2049년까지는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한다는 꿈이다. 앞으로 30년 남았다. 이를 다시 두 단계로 나눠서 2035년까지 기본적인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고, 2035년부터 21세기 중엽까지, 아름다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베이징은 시각에서 볼 때, 늦어도 2035년까지는 대만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과연 시간은 누구의 편에 있는가? 베이징인가 아니면 타이베이인가.

우선 대만 내부를 보자. 대만에는 두 개의 세계가 있다. 하나는 남색(藍色) 진영, 다른 하나는 녹색(綠色) 진영이다. 물론 남색도 녹색도 아닌 이념의 초월을 주장하는 백색(白色) 진영이 존재하지만 아직은 미미한 형편이다.

남색은 국민당 당기의 색깔에서 연유한다. 국민당으로부터 분열해 나간 친민당(親民黨), 신당(新黨) 등 여러 정치세력을 총칭하며 중국에 친밀한 진영이다. 녹색은 민진당의 당기 색에서 비롯되었다. 민진당으로부터 분리해 나갔거나 시민단체로 형성된 대만독립 세력을 의미한다. 이 양대 진영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만 역사에 대한 인식이다. 각기 역사에 대한 기억이 다르다. 그래서 정치적 견해, 중국에 대한 태도, 대만의 미래, 양안 통일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지난 20년 동안 이 두 진영은 각각 두 차례 집권했고, 두 차례 정권을 잃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사회 문화적인 분위기는 민진당으로 기울고 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첫째, 2000년 대만에서 사상 처음으로 국민당에서 민진당으로의 정당 교체가 있었다. 민진당은 대만독립을 당강(黨綱)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후 전면적인 ‘탈중국화’가 진행되었다. 여기에 더해 대만 본토 중심의 역사 교과서 수정이 있었다. 20년이 지난 오늘 상당한 효과를 얻고 있다. 2020년 1월 대선에서 민진당이 압승한 이유 중의 하나다.

둘째, 2016년 차이잉원은 집권하자마자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기존 국민당의 당산(黨産)과 부속조직을 해체 시켰다. 계엄 시기(1949~1987년)의 대만은 당국(黨國)체제를 유지했다. 국민당이 곧 국가였고, 국민당의 재산이 곧 국가의 재산이었다. 1991년 이후 대만은 민주화되었지만, 그 후유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차이잉원은 집권하자 기존 국민당의 자산과 부속조직의 잔재를 없앴다. 이는 남색 진영의 자원적 근거지를 소멸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다시 말해 ‘탈중국화’와 국민당 당산과 부속조직 해체는 녹색 진영을 확고한 우위에 두게 했다. 여기에 더해 ‘탈중국화’ 교육은 ‘반중국화’ 교육으로 진전되고 있다. 다시 10~20년이 지나면 현재의 젊은 세대는 중장년이 될 것이고, 또 새로운 젊은 세대가 진입한다. 그래서 향후 남녹 진영의 전체 판세는 3 대 7 혹은 2 대 8의 비율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 내부에서 본다면 시간은 분명 녹색 진영의 편에 있다. 하지만 정치는 현실이다. 대만의 의지가 국제정치에 반영되기에는 너무 약하다. 나무만 보아서는 안 된다. 숲도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양안 간 구조적인 틀에서 미래를 본다면 시간은 누구의 편에 있는가. 타이베이인가 베이징인가. 이는 중국에 달려 있다. 베이징의 기본 입장은 대만과의 통일은 중국의 발전과 진보에 달려 있다고 본다. 즉 두 가지가 양안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첫째는 중국의 국력이다. 둘째는 중국 내부의 안정이다.

1990년대 대만의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은 ‘7괴론’을 주장했다. 중국이 대만, 티베트, 신쟝, 몽골, 화난(華南), 화베이(華北), 동베이(東北) 등 일곱 덩어리로 쪼개지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오늘 리덩후이의 이상과는 오히려 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1990년 중국의 GDP 규모는 세계 10위였다. 현재는 2위다.

양안 간을 비교하면, 1990년 대만의 GDP 규모는 중국의 45%에 달했다. 하지만 30년 후 오늘 대만은 중국의 4.5%에 불과하다. 베이징의 각도에서보면 시간은 중국의 편에 있다. 물론 단지 양안의 국력 대비만으로 시간은 누구의 편에 있는지 가를 수는 없다.

실제로 대만 문제의 본질은 미국에 달려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틀 뒤 미군 7함대는 대만해협에 개입하였고 이후 오늘과 같은 대만해협 현상이 고착되었다. 지금까지 미국의 대(對)양안정책은 현상 유지다. 양안 간 통일도, 대만의 독립도, 베이징의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도 원하지 않는다. 대만 문제는 곧 미국 문제다. 대만 문제 해결의 알파와 오메가는 미국의 입장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대만은 예나 지금이나 중국과 미국 사이 게임의 핵심이었다. 그러므로 시간은 누구 편에 있는지는 중미 간의 게임에서 분석해야 한다. 2010년 중국의 GDP가 일본의 경제 규모를 초월한 후, 중국의 제조업, 과학기술, 군사력, 국제 영향력 등 모두 질적인 변화의 시점에 와 있다. 미국이 중국을 현상 변경 세력인 수정주의 국가로 여기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 귀결일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범위에서 본다면, 중국은 미국의 패권 지위에 도전할 의도도 충분한 능력도 없다. 하지만 서태평양에 한정시키면 사정은 이와 다르다. 서태평양은 제1도련선(the first island chain)에 속하며, 중국의 핵심 이익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1도련선 안 서쪽의 네 곳의 바다 즉 서해, 동중국해, 대만해협, 남중국해는 중국의 굴기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 지역을 중국의 내해(內海)로 삼지 않는다면 중국의 굴기는 사실상 어렵다. 지경학적이고 지정학적인 이익이 달린 중국의 생명선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력이 약할 때, 미국은 이 지역을 마음대로 휘저었다. 중국 역시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만약 중국의 국력이 더욱더 강해지면, 이 지역에서 미국 세력을 밀어내려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의 군사력은 세계 1위의 독보적인 위치다. 그러나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해야 하고, 세계의 구석구석을 관리해야 한다. 결정적인 것은 서태평양은 중국에 가깝고 미국에 멀다는 점이다. 이 지역에서 군사적인 우위를 논한다면 중국은 미국의 맞수가 된다. 지금도 미국의 개입능력과 중국의 반 개입능력 간의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만의 미래가 어디로 가는지는 서태평양에서의 중미 대결에 달려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학습에 따라 정세를 판단한다. 중미 간 경쟁과 협력에 관해서 여러 견해가 있다. 필자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은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싱가포르 리콴유(李光耀) 전 수상의 말은 참고할 만하다. 그는 말했다. 중국과 미국은 서태평양에서 반드시 대항하게 되어 있고, 결국 중국이 이길 것이다. 왜냐면 이 지역은 중국과 너무나 가깝기 때문이다.

 

강병환 논설위원
강병환 논설위원 논설위원장/대만국립중산대 박사, 한중관계협회장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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