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깨려는” 북한 VS “판을 유지하려는” 미국
“판을 깨려는” 북한 VS “판을 유지하려는” 미국
  • 양태경 기자
  • 승인 2019.10.3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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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위한 ‘시간벌기용 제스처’ 관측
미국, 시리아서 보여줬듯 ‘북한에 대해서도 시간표 가지고 있을지’ 관망 필요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해외=YBS뉴스통신) 양태경 기자 =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영철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긴밀하고도 개인적인 친분'이라는 문구에 기대 우리가 정한 연말시한을 무시하려 든다면 그것은 크나큰 오산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김영철의 언행이 지난 5일 스웨덴에서 열린 미북 실무협상 결렬로 가뜩이나 냉랭해진 북미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애초부터 북한은 회담성사나 회담성과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들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부터 미국에 경고해 온 올해 연말시한 언급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이라는 그들만의 시간표를 위한 시간 벌기용 제스처가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기 전 미국과의 핵회담 특사를 맡기도 했던 김영철은 지난 일요일 성명에서 “미국은 새로운 접근법을 들고 나오라는 북한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보다 교활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북한을 압박해 왔다”며 “미국은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해 다른 나라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왔다”고 말했다.

또한 김영철은 “계속되는 적대감은 언제나 상호 교전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 다"는 뜻이라며 "미북 관계가 ‘영원한 적도 없지만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 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미국과의 회담 후 북한대사관에서 가진 입장 발표문에서 미국 측이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일방적으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하지만 김 순회대사의 입장발표가 있은지 3시간 뒤 나온 미국 국무부 발표는 협상 ‘결렬’이 아니라 협상 ‘종료’라 표현, 북한 측의 선언과는 상당한 온도차를 보여 북한 측의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김 순회대사가 이러한 중대사안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사전 교감 없이 협상 ‘결렬’이라는 표현을 함부로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전해 “협상 ‘결렬’ 발표문은 결국 판을 깨기 위해 미리부터 준비된 하나의 외교적인 쇼가 아니었겠냐”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또한 북한은 미국과의 실무협상 성사 발표 후 13시간 만인 지난 1일 수중 발사로 수위를 조절하기는 했지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바 있어 위와 같은 분석에 더 무게가 실린다. 이는 북한이 주말에 미국과의 핵협상을 재개하기 전에 분명히 강력한 대미(對美)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한국 합참의장은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바다쪽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으며 동쪽으로 약 280마일(450km)을 이동했고 최대 고도는 910km였다”고 밝혔다.

이어 합참은 성명에서 "북한이 2018년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을 중단하고 미국과 비핵화 회담을 시작하기 전 개발중이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계열을 발사한 것”이라 지칭하며 "북극성 모델 중 하나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안정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은 북한의 군사적 옵션을 크게 확장시켜 한반도 훨씬 너머에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게 하고 군사기지에 대한 공격 시 '제2의 타격'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의미여서 북한 입장에서는 큰 전략적 무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번 발사는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난 이후 9번째로 북한이 미국과 실무회담을 하겠다고 밝힌 직후 이뤄졌으며,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 위원장 간의 2차 정상회담 이후 북핵·미사일 프로그램 해체를 위한 회담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등의 여러가지 상황도 북한 측의 숨은 속내를 더욱 의심스럽게 만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했다”며 “많은 나라들이 그러한 무기들을 시험하고 있다”고 말하며 최근 북한의 잇단 단거리 발사를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협상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었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을 감행했지만 트윗을 통한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는 등 북한과의 실무협상이라는 판을 깨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은 최근 이슬람국가(IS) 수장인 알바그다디의 자폭을 이끌며 무장 폭력단체의 근간을 흔들었고 터키에 대한 경제제재를 거두며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으로부터 시라아 쿠르드족과의 영구 휴전에 대한 답을 받아내기도 했으며 시리아 북동부에서 잠시 철군했던 미군 병력을 시리아 유전지대에 재배치 하는 등 미국만의 큰 그림과 시간표를 위해 동분서주 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정국이라는 내부적인 집권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내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해야 하는 나름의 이유들도 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계속되는 협상 국면에서도 과감한 도발을 통해 핵실험 중단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깍아내리려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알바그다디 제거 이후 미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의 안전가옥에 대한 기습이 벌써 한 달 전부터 예정돼 있었지만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외교적 문제 해결을 위해 시간표를 잠시 수정했었다고 밝혔다.

북한은 미국과 동등한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 인정과 체제 안전 보장을 원하고 있지만 미국은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던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이렇듯 양립할 수 없는 북한의 요구에 트럼프는 또 어떤 시간표를 가지고 북한에 대응하려 할 지 무척 궁금해진다. 북한처럼 판을 깨려할 지 아니면 판을 유지하려 할 지 미국 정부가 시리아에서 했듯 북한에 대해서도 그들만의 큰 그림과 시간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지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양태경 기자
양태경 기자 국제부 외신 기자/텍사스주립대 박사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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