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민주주의...협상민주 [協商民主]
中, 민주주의...협상민주 [協商民主]
  • 이광수 칼럼리스트
  • 승인 2019.10.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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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민주는 공산당 지배체제를 유지하면서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대중의 의사를 반영하려는 중국식 민주주의 실현 방식이다. 특히 2012년에 등장한 시진핑 체제가 소통과 협상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협상민주 시스템을 효과적인 민주주의 구현 방식으로 여기면서, 최근 중국의 정치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중앙에서는 대의민주주의적인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층에서는 직접민주주의적인 민주청문회와 민주간담회 등의 형식으로 협상민주가 실현되고 있다.

(칼럼=YBS뉴스통신) 이광수 논설위원 =

협상민주는 중국의 현실에 부합하는 민주주의 실현 방식

2014년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공산당을 비롯한 민주당파, 사회단체, 민족별 · 기업별 대표 등으로 구성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全國人民政治協商會議, 약칭 ‘정협’) 성립 제65주년 기념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주를 실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대로 모방할 필요가 없다. …… 민주는 장식품처럼 두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인민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여야 한다.”

이는 중국의 현실에 적합한 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2014년 9월 21일,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성립 65주년 기념식에서 협상민주의 의의를 강조했다.
2014년 9월 21일,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성립 65주년 기념식에서 협상민주의 의의를 강조했다.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입법, 사법, 행정의 3권분립 원칙과 선거 기반의 다당제 의회 시스템을 특징으로 하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많은 인구, 넓은 면적,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1949년 정권 수립 이후 현재까지, 공산당만이 유일한 집정당의 지위를 갖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8개 민주당파를 비롯한 기타 정치세력은 정부의 업무보고를 듣거나 정책결정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인민주권원칙을 강조하는 인민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후 전개된 국민당과의 내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공산당은 다수 인민의 지지를 얻고자 지식인, 기업가 등의 중도파 세력을 규합하여 정치협상회의를 구성했다. 정협은 1949년 9월 29일 임시 헌법의 성격을 지닌 ‘공통강령(共同綱領)’을 공포하고, 10월 1일 정식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이때부터 정협에서의 정치협상 형식을 통한 ‘협상민주’가 정치안정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중국의 현실에 적합한 민주주의 구현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를 아우르는 서구의 숙의민주주의와 유사

2015년 3월 4일, 시진핑이 전국정협 12기 3차회의에서 중국국민당혁명위원회(民革), 대만민주자치동맹(台盟), 중화전국대만동포연의회(台联) 등 정협 대표들과 대만 관련 의제로 토론하고 있다.
2015년 3월 4일, 시진핑이 전국정협 12기 3차회의에서 중국국민당혁명위원회(民革), 대만민주자치동맹(台盟), 중화전국대만동포연의회(台联) 등 정협 대표들과 대만 관련 의제로 토론하고 있다.

협상민주는 상의(商議)민주, 심의(審議)민주, 상담(商談)민주 등 다양한 용어로 설명된다. 중국 학자들은 협상민주를 ‘심의하는, 토의하는’이라는 뜻의 영어단어(deliberative)를 사용해 그 의미를 설명한다. 서구의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와 유사한 개념이다.

숙의민주주의는 ‘숙의(deliberation)’가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 형식이다. 즉,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들 사이에서 공개적인 논증과 토론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를 국가의 정책결정 과정에 반영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민주적 통치방식이다. ‘심의민주주의(discursive democracy)’라고 불리기도 한다.

숙의민주주의라는 용어는 1980년 조지프 베셋(Joseph M. Bessette)이 저술한 『숙의민주주의: 공화정부에서 다수 원리(Deliberative Democracy: The Majority Principle in Republican Government)』에서 유래되었다. 그는 숙의민주주의가 합의적 의사결정과 다수결 원리의 요소를 포함한다고 보았다.

또한 숙의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가 병행 가능하다고 본다. 중국에서는 대의민주주의는 중앙 차원에서, 직접민주주의는 지방 혹은 기층(基層) 차원에서 적용한다.

한편으로, 서구의 의회제도와 같은 숙의민주주의를 사회구성원의 권한을 평등하게 배분하고 법안을 실제적으로 숙의하는 대의기구들을 아우르는 데 사용한다. 즉, 전국인민대표대회(全國人民代表大會, 약칭 ‘인대’)와 정협이 이에 속한다.

다른 한편으로, 서구 시민단체의 정치참여와 같은 직접민주주의를 일반 시민들에 의한 직접적인 의사결정을 지칭하는 데 사용한다. 즉, 기층 협상민주 형식인 민주청문회와 민주간담회가 여기에 해당한다.

시진핑 체제가 출범한 후 2012년 중국공산당 제18기 전국대회와 2013년 제18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협상민주를 중국식 사회주의 민주의 중요한 형식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협상민주를 다양한 방식으로 제도화하기로 한 결과, 중앙 차원에서 인대와 정협의 정책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강화되고, 기층 차원에서 청문회와 간담회가 빈번하게 개최되고 있다.

 

협상민주 출현 배경1,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부족한 면을 보완할 수 있다

윈스턴 처칠그는 민주주의를 ‘가장 덜 나쁜 제도’라고 말했다. 대중의 투표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는 인기에 따라 무능력한 사람이 선출되거나 유능한 사람이 밀려날 수도 있는 등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 정치지도자들은 협상민주가 선거민주주의의 이런 문제를 보완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협상민주 [協商民主] (중국현대를 읽는 키워드 100, 이광수)
윈스턴 처칠그는 민주주의를 ‘가장 덜 나쁜 제도’라고 말했다. 대중의 투표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는 인기에 따라 무능력한 사람이 선출되거나 유능한 사람이 밀려날 수도 있는 등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 정치지도자들은 협상민주가 선거민주주의의 이런 문제를 보완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정치개혁에 있어서 협상민주를 제기하는 이유로 다음 네 가지 요소가 제시되고 있다.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요소로서 협상민주 자체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특성, 선거민주의 불충분함, 협상을 중시하는 전통, 현실정치의 필요성 등.

첫째, 중국 정치지도자들은 협상민주 자체의 특성을 높이 평가한다. 민주주의의 본래 의미는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협상민주의 여러 형태인 대화, 교섭, 토론, 청취, 교류, 소통, 심의, 변론, 논쟁 등은 모두 시민이 정치생활에 참여하는 중요한 방식이다. 또한 정책결정 과정의 과학화와 민주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협상민주를 민주주의 실현 방식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

둘째, 협상민주를 선거민주주의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효율적인 방식으로 생각한다. 선거민주주의 혹은 대의민주주의는 줄곧 근대 민주주의의 기본 형태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은 민주주의를 ‘가장 덜 나쁜 제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선거민주주의, 즉 대의민주주의는 소수의 대표자를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는 점에서 선천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실제로 선거 과정에서 낮은 득표율에도 당선이 가능하다는 점, 금권 또는 이익에 의한 투표 행위의 왜곡, 이익집단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사회적 분열, 대의민주주의로 인한 행정효율성의 약화 등으로 인해 선거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점들이 협상민주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협상민주 출현 배경2, 전통정치에 부합하고, 현실정치에서도 필요하다

셋째, 협상민주는 협상을 중시하는 중국의 정치전통에 부합한다. 현실정치의 발전은 한 국가의 정치문화 전통과 별개로 분리할 수 없다. 중국의 민주정치 건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중국의 전통정치에서 관료선발 방법에는 찰거(察擧, 관찰), 과거(科擧, 시험), 천거(薦擧, 추천)가 있었으나 선거(選擧)는 없었다. 중국에서 선거의 역사는 단지 100여 년에 불과하며, 그 100년 동안에도 여러 질곡을 겪으면서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다. 때문에 중국에서 선거민주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는 매우 힘들다.

그러나 협상은 유구한 역사를 거치면서 중국인의 효과적인 문제해결 방식으로 유지되어왔다. 정부의 정책결정에 대해서 상의, 토론, 대화, 자문하는 전통이 역사적으로 계승되었다. 비록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협상과 대화는 주로 관료들 사이에서 이루어졌지만, 일부에서는 애민의식을 지닌 관료가 민중에게 묻고 배운 이야기도 종종 전해진다.

넷째, 현실정치의 필요성으로 인해 협상민주가 대두되었다. 민주주의의 발전은 인류사회 정치 발전의 보편적 법칙이다. 중국은 부강, 민주, 문명, 조화를 완수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인민민주주의를 중국식 사회주의 정치이념으로 내걸고 정치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협상 제도를 기본 정치제도로 간주하면서, 협상민주 발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향후 협상민주를 장기적인 정치개혁의 핵심 이슈로 삼아 이념과 제도적 측면에서 다양한 연구와 실천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에서의 협상민주, 전국인민대표회의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2017년 3월 개최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12기 전국위원회 제5차 회의 개회식
2017년 3월 개최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12기 전국위원회 제5차 회의 개회식

중국에서 협상민주는 중앙과 기층 두 차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앙 차원에서 진행되는 협상민주는, 인민의 대의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두 기구의 민주개혁이다. 기층 차원에서는 민주청문회와 민주간담회 방식으로 협상민주가 진행되고 있다. 민주청문회 제도는 입법청문, 행정청문 등의 형식으로 중앙에서 지방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추진된다. 또한 일부 지방에서 민주간담회가 실시되고 있는데, 새로운 기층의 협상민주 형태로 학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먼저 중앙 차원의 인대와 정협을 살펴보자. ‘인대’는 인민이 대표를 선거로 선출하는 중국 최고의 입법기관이자 권력기관이다. 이곳에서, 국가의 중대 방침과 정책 및 인민의 관심사를 결정하기 전, 그리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과 협상, 토론을 진행함으로써 합의를 이끌어내고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다. 지방인대에서 선출된 3천여 명의 대표로 구성되기에 중국 최고의 대의기구라고 할 수 있다.

‘정협’은 중국의 다양한 정치세력을 망라하는 통일전선조직의 성격을 지닌다. 이곳에서, 중국공산당의 영도하에 공산당과 각 민주당파 사이에 정치협상이 이루어지고, 각 인민단체와 소수민족 또는 각계 대표들과의 협상이 전개된다. 또한 여러 민주당파, 인민단체, 민족, 각계 대표들이 정부의 활동과 정책 의제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감독함으로써 정치참여 기능을 수행한다.

인대와 정협은 중국에서 사회주의 민주를 발양하고, 과학적 민주정책 결정을 촉진해, 인민군중이 국가관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하고 있다. 사회주의 협상민주의 가치와 장점을 충분히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기층에서의 협상민주, 민주청문회와 민주간담회

‘광동성 션젼시 롱강구 푸지가도 리후사구의 민주청문회’ 광경, 2016년 8월 27일.
‘광동성 션젼시 롱강구 푸지가도 리후사구의 민주청문회’ 광경, 2016년 8월 27일.

중국의 일부 학자들은 베이징, 상하이, 충칭 등지의 입법청문과 실제 상황을 연구했다. 그들은 입법청문이 사회주의 협상민주의 기본원칙을 견지해, 입법의 과학화와 민주화를 실현하는 중요한 통로라고 평가한다. 또한 입법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서이기주의에 따른 비민주적 정책결정을 방지하고, 민중의 정치참여 의식과 민주․법치 관념을 향상시키는 사회적 성과를 유인했다고 평가했다. 입법청문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에 대해서는, 절차의 비규범성과 결과의 법률적 효력 불충분 등을 지적했다.

2016년 8월 27일, 광동성 션젼시 푸지가도 리후사구(廣東省深圳市龙岗区布吉街道丽湖社区)에서 개최된 민주청문회의 주제는 ‘사회보호 대상자 지원 서비스, 사구 주민이 결정’(社工团队留不留,社区居民说了算)이었다. 사구(社區)는 도시화가 진행된 지역에서의 일선 자치행정 단위를 지칭한다. 리후사구의 주민대표들로 구성된 사구 주민회의는 2013년 이 곳에 이주해 온 아이들이 3년이 지나 이미 지역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면서, 돌봄서비스 의무기한이 다 되었지만 계속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을 주민의 민주청문회를 통해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민주간담회는 중국의 시민회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접선거를 확대하지 않고도 기층사회의 정치안정성과 공공정책의 합법성을 높일 수 있고, 더 나아가 시민의 정치참여 및 다양한 합법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학자는 민주간담회에서 협상민주의 운영 과정을 분석한 후 사회주의 협상민주 이론을 풍부하게 하고 있다.

저장성(浙江省) 원링시(温岭市)는 민주간담회를 공공이익을 보장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했다. 2009년 5월 26일, 원링시 당안국(문서보관소)은 시당안국 간부, 직원, 은퇴자, 당안 업무조사원, 근무감독원, 원링시 산하 일선 행정단위인 진(鎮) · 가도(街道) · 촌(村)의 당안 담당 공무원들을 소집했다. 그리고 당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강조하던 과학발전관에 대해 학습하면서, 동시에 당안국 운영과 관련해 비판과 건의를 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런 민주간담회가 기층 차원에서 협상민주의 이상적인 모델로 소개되고 있다.

저장성 원링시 당안국이 민주간담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 2009년 5월 26일.
저장성 원링시 당안국이 민주간담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 2009년 5월 26일.

다른 지역에서는 사구의사회(社區議事會), 민주평의회(民主評議會), 군중대회(群眾大會) 등의 명칭으로 풀뿌리 단위의 협상민주 플랫폼이 구성되고 있다. 또한 인터넷 공간에서 구성된 온라인논단, 온라인커뮤니티에서도 협상민주의 형식을 찾아볼 수 있다.

 

협상민주는 과연 중국을 민주적 강국으로 발전시킬 것인가?

중국 정치학자 위커핑협상민주가 자문민주와 다른 점을 주체, 주체 사이의 관계, 의사일정 설정 권한 등 세 가지 면에서 주장했다.
중국 정치학자 위커핑협상민주가 자문민주와 다른 점을 주체, 주체 사이의 관계, 의사일정 설정 권한 등 세 가지 면에서 주장했다.

서구의 일부 학자들은 중국의 협상민주는 진정한 민주가 아니라고 부정한다. 서구의 협상민주, 즉 시민의 토론결과가 정책결정에 반영되는 숙의민주주의와 다른, 일종의 자문(諮問)민주주의, 즉 전문가에게 조언받는 수준의 정치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치학자 위커핑(俞可平)은, 협상민주가 비록 실천 방면에서 자문민주의 성격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그와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문민주는 정책결정자가 주도적으로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건의를 듣는 것으로, 다음 세 가지 면에서 협상민주와 다르다는 것이다.

첫째, 주체가 다르다. 협상민주의 주체는 다원적인 데 비해 자문민주는 단일하다. 예를 들어, 정부가 중요 정책에서 시민과 협상할 때, 협상민주는 정부와 대중 양자가 협상의 주체다. 하지만 자문민주의 주체는 오직 하나, 즉 정책결정자 혹은 권력자다. 마치 중국 고대의 황제와 신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주체 사이의 관계가 다르다. 협상민주는 당연히 평등을 전제로 하지만, 자문민주는 불평등의 관계다. 이에 따라 세 번째 차이가 발생하는데, 즉 의사일정 설정 권한이 다르다는 것이다. 협상민주의 의사일정은 법률과 제도에 의해 확정되며, 개인이 결정할 수 없다. 반면 자문민주의 의사일정은 실제로는 정책결정자만이 결정한다. 따라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처럼 확연히 구분되어, 자문을 받는 개인(혹은 그룹)의 독단적 경향이 작용한다는 점에서, 독재의 요소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협상민주의 주체인 정부의 지위와 성격이 바로 공산당 영도 원칙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주체 사이의 관계가 평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구 국가의 협상민주(숙의민주주의)는 다당제 경쟁구조에서 운용된다. 반면 중국의 협상민주는 경쟁에 따른 도태 가능성을 내포한 선거민주주의를 배제하고 있다.

어쨌든, 협상민주는 진정한 강국으로 성장하려는 중국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제도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속 지켜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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